본문 바로가기

토막소설/part 1 지하철 스토리

2. 느낌


다행히 앞 빈자리에 그 사람이 들어감으로 나는 더이상 밀리지 않아도 되었다.

이윽고 문이 닫히고 전철이 출발했다.

안정적인 자세로 서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앞에 선 그 사람은 무언가 책을 보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난 앞 사람(특히 여자일 경우)과 약간 거리를 벌리고 섰다.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 뜨끈한 느낌이 등에 닿았다.

 

돌아보니 이미 저녁인데도 얼굴이 벌겋게 된 아저씨 둘이서 시끄럽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짜증이 많이 난다.

 

앞에 서있는 그 사람이 읽는 책을 힐끗 보니 이외수의 책이다.

 

나는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잭 니콜슨의 영화다.

 

유쾌한 그 영화를 보며 흔들흔들 퇴근길을 즐기고 있다.

 

사람들이 밀친다. 역에 도착했나보다.

고개를 들어보니 부천역이다.

자리가 났다. 내 앞자리이기도 하고

그 사람의 앞자리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앉았다.

나는 반걸음정도 다가섰다.

슬그머니 내려다 보았다.

 

읽고 있는 책과 책을 잡은 손만 보인다.

 

여느때처럼 손에 눈이 간다.

 

손이 이쁘지가 않다.

식당 아줌마 손 같다.

그런데 이상했다.

 

싫지가 않다.

 

나이가 있는 사람의 손이다.

그냥 봐도 알 수 있다.

약지가 비어있다. 애인이 없나?

 

그 사람이 책을 덮는다.

그리고 고개를 든다.

비로소 얼굴을 봤다.

 

평범한 얼굴

화장도 안했다.

머리도 안만졌다.

그리고 손도 예쁘지 않다.

 

그런데 싫지가 않다.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이미 잭 니콜슨의 영화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음악을 틀었다.

아까 듣던 조지 마이클이 흘러나온다.

들려주고 싶다.

 

내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알려주고 싶다.

머릿속이 복잡해 진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의 손을 바라본다.

굵고 투박한 손

그래도 싫지가 않다.

 

부평역이다.

내릴까?

역에 거의 도착했는데 문자를 보내는걸 보니

안내리는듯 하다.

 

흠...그럼 동암 아니면 주안인데...

지금 서있는 자리는 주안역 출구 자리다.

동암역에 내리는 사람들은 옆칸에 타야 내리기가 좋다.

 

주안역이 확실한것 같다.

 

부평역을 지나니까 전철안이 한가로워 진다.

나는 문 옆에 기대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얼굴을 봐야겠다.

 

아 눈이 이쁘다.

이국적이다. 루시리우와 비슷한 느낌

근데 괜찮다. 그냥 느낌이 괜찮다.

 

아 어느새 동암역에 들어서고 있네

 

                        -다음편에 계속-

'토막소설 > part 1 지하철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4. 반전  (0) 2010.07.06
3. 흔적  (0) 2010.07.01
1. 만남  (0) 2010.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