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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소설/part 1 지하철 스토리

4. 반전


그날은 여느때와 다름없는 저녁이다.

나는 강남에 있는 업체에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다.

 

신도림역에서 2호선을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타야 되는길

익숙치 않은 길이라 좀 정신이 없다.

 

서울 나들이를 잘 안하다보니 전철이란 수단에 익숙치가 않아서

어쩌다 한번씩 나오면 항상 헤맨다.

 

문어발처럼 복잡하게 널려있는 각 출구가 보인다.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

갑자기 사람들이 뛰기 시작한다.

나도 덩달이 뛰기 시작한다.

 

맞게 가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서서 가기엔 늦은것 같다.

 

다행이다. 맞게 올라온것 같다.

동인천행 직행전철이 들어온다.

시계를 보니 7시 40분이 조금 넘었다.

집에 가면 몇시나 되려나..

 

계단을 뛰어 올라왔더니 땀이 난다.

다행히 전철은 에어컨을 짱짱하게 틀어준다.

 

우왓 뒤에서 막 밀고 들어온다

아유 짜증나 하마터면 넘어질뻔했다.

앗 저기 기둥쪽이 비었다. 일단 저거라도 잡아야겠는데

등판 넓은 아저씨가 잡으면 어떡하지?

 

휴 다행이다 내가 먼저 자리를 차지했다.

아까 보던 이외수 아저씨의 책이나 마저 봐야겠다.

 

전철이 덜컹거린다.

뒤쪽에서는 어떤 아저씨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이럴때 MP3 배터리가 나갈게 뭐람....

 

앞에 앉은 아줌마가 일어났다.

앗싸~ 앉아야지 흠...지금은 부천역이네

집까지 몇정거장이나 남았나~

 

전철이 또다시 출발한다.

아까 내뒤에 서있던 등판 넓은 아저씨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열심히 보고있다.

요새 유행하는 DMB같은건가 보네

 

응? 문자가 왔네

우리 오빠다 면접잘봤냐구? 흥 괜히봤다.

부평역이란다. 우리집이 동암이니까 다음에 내린다.

오빠한테 차나 한잔 사라고 해야겠네

 

"오빠 어디야 나 다음에 내려~ 커피마시자"

 

응? 답장이 빠르네~ 내려서 전화하라구?

 

어느샌가 내 앞이 환해졌다.

앞에 서있던 등판 넓은 아저씨가 다른데로 갔네

어? 벌써 동암이네 내려야지~

오빠한테 전화 넣어야겠다.

 

"오빠 나 내려~ 면접? 아유 짱나~ 나 거기 안갈래 페이도 작고 결정적으로 지하철 너무 싫다. 사람 너무 많고 막 밀고 시끄럽고...."

 

등판 넓은 아저씨가 날 보고 있었나보다.

눈이 마주쳤다.

순간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말을 하다 마냐고 그러는 오빠에게 간신히 한마디 했다.

 

"게다가 지하철 안에서 아저씨들이 막 흘끔흘끔 쳐다봐서 짜증나 나 그냥 집근처 면접 본 사무실 연락오면 거기로 출근할래~"

 

투덜대는 나에게 내가 사랑하는 오빠는 충고랍시고 한마디 해준다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거라고

 

                                -part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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